풀스택 개발자가 정말 옳은 직군일까
필자는 현재 반 백수와 다름없는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스스로 창업하려 한 스타트업은 절대 이것 가지고 못 먹고산다는 현실적인 결론이 나와 차라리 비영리적/실험적 성격을 키우는 거창한 프라이빗 프로젝트로 돌려버렸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영 쉽지가 않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국내 스타트업 위주로 계속 알아보고는 있는데, 시스템 엔지니어나 시스템 어드민 같은 서버 관련 일자리는 정말 드물다. 다행히 1~2주 전 정말 마음에 드는 스타트업에서 면접을 보고 왔긴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풀스택 선호 경향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건 큰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람에 투자할 돈이 많을수록 더 세분화된 팀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현재 원하는 곳은 비교적 작은 스타트업/벤쳐기업이다. 소수정예로 움직이며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느꼈기 때문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기업일수록 풀스택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돈은 없어 사람은 최소한으로 뽑아야 하니 자연스럽게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다만 이들은 동시에 ‘다룰 수 있다’ 와 ‘전념할 수 있다’ 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조금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나는 운전 잘 하니 보험따위 필요 없다!” 의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모 블로거는 ‘한국형’ 풀스택 개발자를 “막일을 하는 잡부” 라고 표현했다. 필자는 절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여러가지 일을 모두 미친듯이 잘 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먄, 그건 드문 경우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필자가 그런 상태였기에 단정할 수 있다. 긴 반 백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기술에 손을 대봤지만, 결국 깊게 공부한 것은 별로 없다. 몸과 마음만 피폐해졌을 뿐이다. 물론 단순히 ‘여러가지 일에 손대는 것’을 비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필자도 이것저것 만져보며 더 넓은 분야를 이해하게 됬고, 나중에 누구와 수다를 떨더라도 할 얘기가 왕창 생겼다. 이 뒤죽박죽한 이야기의 결론은 개인/팀 프로젝트 단위에서의 풀스택은 스스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본업에서는 적어도 직책에 ‘풀스택’ 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 전념할 수 있어야 최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정말 철저하게 필자의 기준와 입장에 맞추어 작성한 글이지만, 기업들이 당장의 인건비 절감보다는 조금 더 먼 앞을 보고 결과물을 위해 인간에게 투자하는 이상적인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필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