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과 업무 효율성에 관하여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휴식을 죄악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누구가 잠을 줄여 높은 점수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학창 시절에 꼭 들어보는 이야기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리고 이런 악습은 잠을 줄여 공부하던 학생이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공무원 시험 등을 위해 휴식과 잠 대신 책을 잡거나, 취직을 하더라도 많은 경우 상습적인 야근 요구를 받는다. 결론을 한 마디로 말하겠다. 야근과 업무 효율성은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누구나 아무리 편하게 지낸다고 해도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일 처리 한계에 다다른 뇌를 슬립 모드로 넘겨 자료를 정리하고 찌꺼기를 걸러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과정을 무시한 채, 단순히 오래 앉아 있기 = 오래 작업하기
로 생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고용주들이 끊임없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깊은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IT 분야에서까지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IT 분야의 야근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짝꿍 키워드다. 인간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대충 2~3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루 정상근무 8시간을 한다고 해도 2~3시간 정도만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으면 그날 몫은 다 했다는 뜻이 된다. 나머지 시간은 수다떨고 멍때리고 간식 먹는 시간으로 쑥쑥 지나간다.
‘깊은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일’이 만드는 결과물이 과연 양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질이 가장 중요하다. 똥덩어리 코드 100줄보다 깔끔하게 동작하는 코드 5줄이 결국 훨씬 이득이다. 필자가 이전에 읽은 한 글에서는 ‘코드를 짜기 위한 야근’이 마치 ‘따뜻한 얼음’과 같이 모순되는 말이라고 했다. 정상 업무 시간동안 단순 반복 업무만 계속하라고 해도 힘들 것인데, 야근까지 하며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 절대 잘 돌아갈리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 야근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가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힘없는 소시민이라 잘못하면 당장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의 요지는 야근이라는 행위 자체의 업무적인/개인적인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실용적인 방향으로 업무 스타일을 바꿀 수 있을지 고용인과 피고용인 가리지 않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으면 진작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만, 가만히 손을 놓고 있으면 영원히 바뀌는 것은 없다. 약간의 추진제 역할만 해준다고 해도 충분하다. 누군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