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이 전 세계에 녹아들기 시작한 후로부터, 우리 일상의 온라인 서비스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전화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점점 더 복잡한 일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하루가 다르게 지구를 뒤엎는 데이터 패킷의 양은 늘어나고 있다. 밀접한 네트워크 엑세스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고, 한 순간이라도 네트워크 엑세스 없이 일상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만약’ 이라는 상황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때 찾아온다. 단순히 자연재해나 정전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가 주도로 네트워크 사용을 차단하거나 악의적인 집단에 의해 공격받아 장기간 사용 불능이 될 수도 있다. 비현실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경험했고, 일부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해외 이야기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많은 네트워크 단절 사태를 경험했지 않은가.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사태는 물론이고, 2014년 모 통신사의 가입자 확인 모듈 장애로 발생한 전국적인 통신 장애나,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해당 지역 일대의 통신망이 과부화된 일 등 기억을 되돌려보면 이미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통신 장애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끔찍한 일이 터지지 않게 기도하며 정부와 통신사만 응원할 것인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필자는 조금 더 능동적인 솔루션을 생각하고 있다. 외부 단체나 자원에 의존하지 않으며, 익숙한 방식으로 기초적인 음성통화, 메시징,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모바일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려 한다. 이런 모바일 네트워크는 10여년 전에는 통신사의 전유물이였지만, 이제는 힘없는 개인도 충분히 들일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하드웨어와, 여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다. 적당히 응용하면 전통적인 고정식 기지국을 넘어 라즈베리 파이 등의 소형 컴퓨터를 활용해 들고 다닐 수 있는 기지국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업 네트워크의 역할을 강조해서 설명했지만,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는 사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엄연히 공공재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일부 주도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정보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미 망 중립성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만, 유지/보수와 사업 이익의 문제점 등 현실의 벽 때문에 쉽게 실현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통신사들은 더 이상 네트워크가 단순히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만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치 전기와 수도를 사용하는 것처럼, 네트워크는 사회적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하는 필수 자원의 범위에 완전히 들어왔다. 외부적인 요인을 가져와 국민들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게 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교육에 대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것과 같다. 사업 아이템과 공공재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 일개 개인이라도 직접 나서서 독자적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의 진행 상황과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들은 이 GitHub 페이지와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 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